사람을 속인다고 하면 보통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는 상황을 떠올린다. 그러나 비즈니스에서는 무엇을 말했는지만큼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도 중요한 경우가 있다. 특히 한쪽이 다른 쪽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 정보가 상대방의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침묵도 윤리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
말하지 않는 것과 거짓말하는 것은 같은 행동이 아니다
정보를 말하지 않는 것과 거짓말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거짓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하는 행동이고, 침묵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행동이다. 둘은 행동의 형태가 다르다. 모든 상황에서 침묵을 거짓말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비즈니스에서는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가 많다. 자신의 협상 전략이나 내부 계획, 경쟁과 관련된 정보처럼 정당하게 보호해야 할 정보도 있다. 문제는 정보의 성격과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상대방의 선택에 중요한 정보인지가 중요하다
어떤 정보가 상대방에게 중요한지 판단할 때에는 그 사실을 알았을 경우 상대방의 결정이 달라질 가능성을 살펴본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제품에 단순한 외관상의 작은 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구매 결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품의 안전이나 기능에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말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모든 정보를 같은 무게로 다룰 수는 없다. 정보의 중요성은 거래의 목적과 상대방의 합리적인 기대, 예상 가능한 영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침묵이 상대방의 오해를 이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이 사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에도 침묵의 의미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가격이나 조건에 관해 중요한 사실을 잘못 알고 있고, 자신은 그 오해 덕분에 더 유리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 보자.
이때 상대방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행동은 윤리적 관점에서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잘못된 이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정직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정보를 알릴 책임은 역할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거래 당사자에게 같은 수준의 정보 제공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상대방이 알아볼 수 있었던 모든 사실까지 대신 알려 줄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와 고객처럼 지식과 정보의 차이가 큰 관계에서는 판단이 달라진다. 고객이 스스로 확인하기 어렵고 전문가가 그 사실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면, 단순한 거래 당사자보다 더 큰 설명 책임이 생길 수 있다. 직업적 역할과 정보의 차이가 윤리적 판단에 포함되는 이유이다.
침묵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말하지 않는 행동은 때때로 중립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고, 그 정보가 상대방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면 침묵 역시 하나의 선택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침묵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보호해야 할 정보도 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공개할 필요가 없는 정보도 있다. 윤리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왜 그 정보를 말하지 않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중요한 정보를 말하지 않는 것이 언제나 속이는 행동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중요한 판단을 왜곡하기 위해 정보를 숨기거나 오해를 이용한다면 침묵도 정직의 문제와 연결된다. 이 문제는 고객과 전문가 또는 판매자 사이에서 특히 중요하다. 고객은 상대방보다 적은 정보로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에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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