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윤리는 어떤 관계일까? 흔히 자유는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반면 윤리는 자유를 제한하는 규칙처럼 생각하기 쉽다. 자유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면, 윤리는 “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와 윤리는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자유가 있기 때문에 윤리가 필요하다. 선택할 자유가 없다면 윤리적 선택도 없기 때문이다.
자유가 없다면 윤리도 없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해진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그 행동을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우리가 어떤 행동에 대해 “옳다”, “그르다”,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이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는 윤리의 출발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러 가능성 가운데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행동할 수 있는 선택과 행동의 자유를 말한다.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윤리적 선택이 가능하고,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생긴다.
할 수 있다는 것과 해도 된다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자유가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불에 손을 댈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약속을 어길 수도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숨길 수도 있고, 자신의 지위나 힘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행동 자체가 가능하다는 의미에서는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할 수 있다는 것과 그렇게 선택해도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차이에서 윤리의 문제가 시작된다.
불에 손을 대면 그 결과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우리는 별다른 고민 없이 그런 행동을 피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택은 그렇지 않다. 이익은 내가 얻고 손해는 다른 사람이 입을 수도 있다. 지금은 문제가 없어 보여도 나중에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선택의 결과가 복잡해질수록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윤리가 필요하다.
윤리는 자유를 제한하는 것인가?
윤리는 종종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 마라.”
“규칙을 지켜라.”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윤리를 이런 명령의 집합으로만 이해한다면 자유와 윤리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리는 자유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다. 윤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판단하도록 돕는 기준이다.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생각해야 한다. 윤리는 이 과정에서 이렇게 질문한다.
이 선택은 옳은가?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는 않는가?
나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가?
더 나은 선택은 없는가?
윤리가 언제나 하나의 완벽한 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문제에는 여러 가치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리는 자신의 선택을 검토하고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와 책임을 생각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윤리는 자유를 억제하는 장치라기보다 자유를 책임 있게 사용하기 위한 판단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와 책임
자유와 윤리 사이에는 중요한 개념이 하나 더 있다. 책임이다. 자신이 선택했기 때문에 그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다. 반대로 선택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면 그 결과에 대해 온전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따라서 자유와 책임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자유를 단순히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권한’으로만 이해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놓치기 쉽다.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한다면 자유는 쉽게 자기중심적인 권한으로 변한다.
그래서 자유를 행사한다는 것은 선택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고려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까지 포함해야 한다. 여기에 윤리의 역할이 있다.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고, 윤리는 그 선택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공하며, 책임은 선택의 결과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자유, 윤리, 책임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기업의 자유에도 윤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계는 기업 활동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한다.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
가격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고객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
직원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협력업체와 어떤 조건으로 거래할 것인가.
법과 제도가 기업의 모든 선택을 미리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도 기업은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영역에서 기업윤리의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윤리가 묻는 것은 단순히 “법적으로 가능한가?”만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여러 선택 가운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고객에게 부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기업에는 이익이 되지만 직원이나 협력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길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일 수도 있다. 기업의 선택에도 결과와 책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업윤리는 기업의 자유를 없애는 규제가 아니다. 기업이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결과와 책임을 고려하면서 자유를 행사하도록 돕는 판단의 기준이다.
자유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자유는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러나 자유 그 자체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그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는 우리가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에 윤리가 필요하다.
자유와 윤리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유가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면, 윤리는 그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판단하게 한다.
이러한 관계는 성공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성취에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자유로운 선택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업과 비즈니스에서는 단기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이 장기적으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성공을 위해서는 선택할 자유뿐 아니라 그 자유를 책임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유가 있기 때문에 윤리가 필요하고, 윤리가 있기 때문에 자유를 더 책임 있게 사용할 수 있다.
“나는 내가 가진 자유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윤리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 에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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