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법은 모두 사람의 행동에 기준을 제시한다.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정하고, 사회 구성원이 일정한 규칙을 지키도록 한다는 점에서 둘은 비슷해 보인다. 실제로 살인, 사기, 절도처럼 많은 행동은 법적으로도 금지되어 있고 윤리적으로도 잘못된 행동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법을 지키는 것이 곧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법과 윤리는 같은 것이 아니다.
법이 사회가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공식적인 행동 기준이라면, 윤리는 법이 정하지 않은 영역까지 포함하여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이다.
법은 사회가 정한 공식적인 행동 기준이다
법은 사회 구성원이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 기준을 정한다. 법에는 허용되는 행동과 금지되는 행동이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법을 위반하면 벌금, 손해배상, 형벌과 같은 제재가 따를 수 있다.
따라서 법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진 권고가 아니다. 사회가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한 행동을 요구하고, 필요한 경우 국가의 강제력을 통해 그 기준을 지키도록 하는 제도다.
이런 의미에서 법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계약과 거래의 기준을 정하며, 기업과 개인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의 경계를 제시한다. 그러나 법이 우리의 모든 행동을 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법은 모든 상황을 규정할 수 없다
우리의 일상에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선택이 훨씬 많다. 약속 시간에 조금 늦는 행동, 다른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모른 척하는 행동,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골라서 말하는 행동을 모두 법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런 행동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더라도 신뢰를 무너뜨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복잡하고, 기업과 조직의 의사결정도 빠르게 변화한다. 법이 모든 새로운 상황을 예상하여 미리 규정을 만들 수는 없다.
법은 일정한 행동 기준을 제시하지만 현실에는 항상 법이 정한 것과 정하지 않은 것 사이의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이 영역에서 윤리적 판단이 중요해진다.
합법이라고 해서 언제나 윤리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행동이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그러나 합법이라는 사실만으로 그 행동이 윤리적으로도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할 수 있다. 계약서에 명시된 최소한의 의무만 지키면서 상대방에게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지만 고객이 처한 특별한 상황을 이용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도 있다. 법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하면서 고객의 판단에 중요한 내용을 눈에 띄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행동이 모두 불법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윤리에서는 법을 위반했는지만 보지 않는다. 그 선택이 공정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는 않았는지, 중요한 정보를 숨기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권한이나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지 않았는지까지 살펴본다.
따라서 합법성은 윤리적 판단의 중요한 조건이지만 윤리적 판단의 전부는 아니다.
윤리는 법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법은 일반적으로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합의한 최소한의 행동 기준을 제시한다. 반면 윤리는 때때로 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행동을 요구한다. 법적으로 반드시 도와야 할 의무가 없더라도 다른 사람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도움을 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할 수 있다.
기업도 법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안전을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직원에게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거나, 협력업체와 더 공정한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법이 강제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행동의 영향을 고려하여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윤리는 법의 빈틈을 채우는 역할만 하는 것도 아니다. 윤리는 법의 요구를 넘어 어떤 행동이 더 옳고 책임 있는 행동인지 판단하게 한다.
윤리와 법이 항상 같은 방향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법과 윤리는 서로를 지지한다. 살인, 사기, 횡령, 뇌물처럼 사회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동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윤리적으로도 잘못된 행동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법과 윤리가 항상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법은 사회가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합법이었던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행동으로 평가되어 법이 바뀌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행동은 윤리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더라도 법으로 금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모든 무례한 행동을 처벌할 수 없고, 모든 거짓말이나 무책임한 행동을 법으로 금지할 수도 없다.
따라서 법과 윤리의 관계를 단순히 같은 기준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법은 사회가 공식적으로 정한 행동의 경계를 제시하고, 윤리는 그 경계 안팎에서 더 나은 선택을 판단하도록 돕는다.
법이 없다고 책임도 없는 것은 아니다
법과 윤리를 구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책임의 범위 때문이다. 법적 책임은 법에 따라 판단된다. 법을 위반했는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지, 형사적 책임이 있는지와 같은 문제는 정해진 법과 절차를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윤리적 책임은 법적 책임보다 넓을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그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을 방치했거나,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부담을 떠넘겼다면 윤리적 책임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법적 책임이 없다는 사실이 윤리적 책임까지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차이는 개인의 행동에서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기업윤리는 법 준수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 활동에서 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고, 노동법을 지키며, 제품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공정한 거래 규칙을 따르는 것은 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법 준수는 기업윤리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기업이 현실에서 마주치는 모든 의사결정을 법이 미리 정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신제품의 위험에 대한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고객에게 공개할지, 직원의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할지,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고려할지,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어떻게 다룰지는 법의 최소 기준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업윤리에서는 법을 지켰는지와 함께 법이 허용하는 여러 선택 가운데 무엇을 선택했는지를 살펴본다. 법을 지키면서도 고객을 속일 수 있고, 법을 지키면서도 협력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으며, 법을 지키면서도 사회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기업윤리는 단순한 법 준수보다 넓은 문제다. 법 준수가 기업윤리의 출발점이라면, 윤리는 그 출발점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과 행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준이다.
윤리는 법이 멈추는 곳에서도 계속된다
법과 윤리는 서로 경쟁하는 기준이 아니다. 법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식적인 행동 기준이며, 윤리는 그 법을 존중하면서도 법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윤리적 행동은 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기본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그보다 넓은 영향을 생각하는 데서 시작한다. 법이 행동의 최소한의 경계를 정한다면 윤리는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판단하게 한다.
이를 도덕과 윤리의 관점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법은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정한 행동의 기준이고, 윤리는 법의 기준을 포함하면서도 그보다 넓은 상황에서 무엇이 더 나은 선택과 행동인지 판단하는 기준이다.”
법을 지키는 것이 윤리적인 행동의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종착점은 아니다. 법이 “여기까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면, 윤리는 그 너머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더 옳고 책임 있는가”를 판단하게 한다. © 에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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