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거나 어려운 사람을 잘 돕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정직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에게도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윤리적인 사람을 생각할 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면 윤리적으로 행동하고, 윤리적인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두 개념은 분명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같은 의미는 아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주로 한 사람의 성품과 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라면,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하며 행동하는가에 더 초점을 둔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치가 담겨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할 때 하나의 기준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친절, 배려, 정직, 책임, 신뢰, 관용과 같은 여러 가치가 함께 작용한다. 오랫동안 관계를 맺으면서 형성된 경험과 감정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상당히 포괄적이다. 가족에게 따뜻하고 친구를 잘 돕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직장에서는 동료와 잘 협력하고 어려운 일을 기꺼이 돕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그 사람이 모든 상황에서 올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소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도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에서는 불공정하게 행동할 수 있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도 조직의 목표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미칠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평소 무뚝뚝하고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중요한 순간에는 원칙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보호할 수도 있다.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과 특정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윤리적 판단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좋은 의도만으로 행동을 판단할 수는 없다
좋은 사람은 대체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도는 윤리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의도가 좋다는 사실만으로 그 행동까지 항상 적절한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중요한 사실을 숨길 수 있다. 동료와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모른 척할 수도 있다. 조직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고객에게 불리한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을 수도 있다.
행동한 사람에게는 나름의 좋은 이유가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윤리적 판단에서는 의도만이 아니라 행동의 방법과 영향, 예상할 수 있는 결과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행동이라면 상대방의 권리와 선택을 존중했는지, 예상할 수 있는 피해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의도는 윤리적 행동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의도의 선함이 행동의 적절함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좋은 성품은 윤리적 행동의 중요한 토대다
좋은 사람과 윤리적인 사람을 구분한다고 해서 성품과 윤리를 서로 분리할 필요는 없다. 정직한 사람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사실을 숨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으려고 할 수 있다.
공정과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더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성품은 반복되는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반대로 반복되는 행동도 성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직한 행동을 반복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경험이 쌓이면 그러한 태도가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따라서 성품과 행동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좋은 성품은 윤리적 행동의 중요한 토대가 되고, 반복되는 윤리적 행동은 다시 그 사람의 성품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성품만으로 구체적인 상황의 답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고, 사실관계가 복잡하며, 선택에 따른 결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성품과 함께 윤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윤리적인 행동에는 판단이 필요하다
윤리적인 행동은 단순히 착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여러 선택 가운데 무엇이 더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사실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자신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각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여러 가치가 충돌한다면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동료에 대한 배려와 조직에서의 공정성이 충돌할 수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과 고객에 대한 정직이 충돌할 수도 있다.
이때 어느 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만으로 답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상황과 사실,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 예상할 수 있는 결과와 자신의 책임을 함께 살펴야 한다.
윤리적인 행동은 좋은 마음에서 시작할 수 있지만, 더 나은 선택으로 이어지려면 판단이 필요하다.
윤리적인 사람도 잘못할 수 있다
윤리적인 사람을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 판단할 수 있다.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중요한 사실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 번의 잘못된 판단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비윤리적인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윤리에서는 잘못 자체뿐 아니라 잘못을 발견한 뒤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중요하다.
자신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지, 발생한 피해를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하는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자신의 행동이나 판단 방식을 바꾸는지를 살펴야 한다. 이것은 앞에서 살펴본 책임의 문제와 연결된다.
윤리적인 사람은 한 번도 잘못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계속 검토하고 잘못을 발견했을 때 그 결과에 책임 있게 대응하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판단하기보다 행동을 살펴본다
우리는 한 사람의 행동을 그 사람 전체에 대한 평가로 쉽게 확대한다. 한 번 거짓말한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좋은 일을 한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성품 전체를 몇 가지 행동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윤리적 판단에서는 사람에게 도덕적인 사람이나 비도덕적인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보다 구체적인 선택과 행동을 살펴보는 것이 더 유용하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떤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선택지가 있었는지, 무엇을 선택했는지, 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검토할 수 있다. 문제가 있었다면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이었는지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접근하면 윤리는 사람을 심판하는 문제에서 행동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문제로 이동한다.
윤리의 목적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데 있기보다, 더 나은 판단과 선택,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때로는 좋은 관계보다 윤리적 행동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과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충돌하는 상황도 있다. 동료가 잘못했을 때 모른 척해 주면 관계를 지키기는 쉬울 수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예외를 허용하면 당장은 배려하는 행동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불공정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다시 판단해야 한다.
때로는 잘못된 행동을 지적해야 하고, 불편한 사실을 알려야 하며, 가까운 사람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런 행동은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리적인 행동의 기준을 다른 사람의 호감에 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원칙을 지킨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불필요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윤리는 좋은 관계를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배려와 공정·정직·책임 같은 다른 가치들을 함께 고려하도록 한다.
조직은 좋은 사람에게만 의존할 수 없다
기업에서도 좋은 사람은 중요하다. 정직하고 책임감 있으며 동료를 배려하는 구성원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해서 그 조직이 자동으로 윤리적인 조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환경은 개인의 판단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과에 대한 지나친 압박이 있으면 평소 정직한 사람도 불리한 정보를 숨기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상사의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문화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침묵할 수 있다. 동료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윤리를 개인의 성품에만 맡길 수는 없다. 조직은 공통의 가치와 행동 기준을 분명하게 하고, 이해충돌을 관리하며, 문제가 있는 의사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평가와 보상도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 낸 과정과 행동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윤리적인 조직은 좋은 사람의 선의에 의존하기보다 좋은 사람이 더 나은 판단을 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좋은 사람과 윤리적인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좋은 사람과 윤리적인 사람은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정직, 공정, 배려, 책임과 같은 좋은 성품은 윤리적 행동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하지만 좋은 성품과 좋은 의도만으로 현실의 모든 윤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사실을 확인하고, 여러 가치를 비교하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과 예상할 수 있는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 판단을 행동으로 옮기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도덕과 윤리의 관점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는 한 사람의 성품과 태도, 관계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이고,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하며 행동하는가에 더 초점을 둔다. 따라서 좋은 사람과 윤리적인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비교할 필요는 없다.
좋은 성품은 더 나은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고, 윤리적 판단과 행동은 그 성품과 가치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 준다.
무엇보다 윤리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사람 전체를 쉽게 평가하기보다 구체적인 선택과 행동을 살펴보고, 그 판단과 행동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가는 것. 그것이 좋은 사람과 윤리적인 사람의 관계를 이해할 때 에틱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이다. © 에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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