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은 혼자 판단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업무에는 목표가 있고 규정과 절차가 있으며, 상사의 지시와 동료와의 협업도 존재한다. 개인은 조직이 정한 역할 안에서 움직인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해진 규칙을 잘 따르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의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조직이 모든 상황에 대한 답을 미리 정해 줄 수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인의 판단이 필요해진다.
규칙은 개인의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규칙과 절차는 조직에서 함께 일하기 위해 필요하다. 같은 업무를 사람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다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책임의 기준도 불분명해진다. 규칙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고 개인의 자의적인 판단을 줄여 준다.
그러므로 개인의 윤리를 강조한다는 이유로 규칙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직업적 책임의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규칙에는 한계가 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미리 예상하여 규정할 수 없고, 같은 규칙이라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적용 방법을 판단해야 할 수 있다.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도 있을 수 있다.
개인의 판단은 규칙을 마음대로 넘어설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규칙의 의미와 자신의 행동을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연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조직에서 일해도 선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조직에서 개인의 행동은 많은 제약을 받는다. 상사가 업무를 지시하고 회사가 목표를 정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도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은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좁은 상황도 있다. 직위와 권한에 따라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도 다르므로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업무에서는 어느 정도의 판단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시의 의미가 불분명할 때 확인할 수 있고, 중요한 사실이 빠져 있다면 보고할 수 있으며, 자신의 권한으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라면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명백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때에는 바로 실행하기보다 다시 확인하는 선택도 가능할 수 있다.
윤리적 책임을 판단할 때에는 바로 이 실제적인 선택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개인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었는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자신의 위치에서 어느 정도 행동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개인의 가치만으로 판단해서도 충분하지 않다
개인의 윤리가 필요하다는 말은 자신의 신념과 양심이 조직의 모든 기준보다 우선한다는 뜻도 아니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르고 자신의 판단이 언제나 정확한 것도 아니다.
자신은 옳다고 확신하지만 필요한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할 수 있고,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동료와 조직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기준만 적용하면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직업생활에서 개인의 윤리적 판단은 자신의 양심만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을 충분히 살펴보고 자신의 역할과 권한을 확인하며, 관련된 규칙과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예상 가능한 결과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조직의 규칙과 개인의 판단은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다. 규칙은 행동의 공통 기준을 제공하고, 개인의 판단은 그 기준을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면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게 한다.
조직 속에서도 자신의 행동에는 자신의 몫이 있다
비즈니스 윤리가 개인의 판단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개인에게 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직의 구조와 문화, 목표와 보상 방식은 개인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개인이 바꾸기 어려운 조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을 판단할 때에는 개인이 실제로 가지고 있던 권한과 정보, 선택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권한이 거의 없었던 사람과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사람에게 같은 책임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직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과 개인에게 아무런 판단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다르다. 조직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사람은 자신의 역할 안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말하고, 실행하고, 거부하고, 보고하고, 침묵하는 여러 행동 가운데 일부를 선택한다.
조직의 규칙은 개인의 판단을 도와주지만 개인의 판단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직업인은 자신에게 실제로 주어진 선택의 범위 안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갖는다.
이 원리는 비즈니스 윤리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다만 개인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더 어려운 문제가 나타난다. 조직이 요구하는 역할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서로 다를 때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직업적 역할과 개인의 양심이 충돌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 에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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